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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30년 전 제자들이 꾸민 정년 퇴임식

편집인 편집국장 김경홍/선산고 김철조 교장은 오래 울었나
김경홍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31일

ⓒ 경북문화신문
상대의 표정은 바로 내 자신의 거울이다. 그러므로 굳은 표정을 한 상대방에게 불쾌하다는 표현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어둡고 굳은 표정은 상대방을 대하는 자신의 굳은 표정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한국 천주교는 ‘내 탓이오!“ 운동을 벌였다. 김수환 추기경의 차량 뒤편에 ’내 탓이오‘라는 스티커를 붙인 것이 계기가 되었고, 평신도 협의회가 ’내 탓이오‘ 캠페인을 벌이면서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반구저기(反求諸己)도 같은 맥락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가야 한다는 맹자의 말에서 비롯된 의미다.
불교 서적 교계율의 (敎誡律儀)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경구가 나온다.또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로 시작되는 아련한 ‘스승의 노래’의 노랫말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숙연함을 더하게 해 준다. 때문에 갈수록 무너지는 사제지간의 예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하지만 못된 제자만을 탓할 바는 못된다. 못된 제자의 품행은 스승의 거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덥던 여름이 능선너머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8월29일 오후 6시 30분, 구미 금오산 호텔 대연회장에서는 ‘ 선산고등학교 김철조 교장 정년 퇴임식’이 열렸다. 퇴임식 주관의 주인공은 학교 운영위나 학부모회가 아닌 제자들이었다. 30년 전인 1980년대, 금오공고 전자과 3학년 당시 김철조 교장을 담임으로 모셨던 제자들이 40년 세월을 끝으로 정든 교정을 떠나는 30년전 담임의 정년 퇴임식 주관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가깝게는 구미, 멀게는 전남 해남은 물론 제주도 한경면에서 퇴임식을 주관하기 위해 금오산 호텔로 모여든 36명의 제자들은 유년시절부터 40년 교직생활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는가 하면, 아름다운 선생님의 일화를 마치 주마등처럼 써내린 감사의 편지 낭송 등은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사제지간의 정이 허물어지는’ 요즘 세상에 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30년의 세월 속으로 걸어들어간 50대의 제자들이 부른 노래, ‘스승의 은혜’는 감명적이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제자들은 눈시울을 훔쳤고, 50대 중년의 모습으로 애틋하게 노랫말을 이어나가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김철조 교장의 눈에서는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특히 인사말을 하는 김 교장의 제자 사랑은 애틋했다. 일일이 제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30년전의 일화를 마치 한 장면의 영화처럼 구술해 나가는 추억의 덕담은 ‘사제지간의 정은 바로 이런 것이다’는 표준 답안을 제시해 줄 정도였다.제자들의 밝은 표정은 바로 김교장의 거울이었고, 30년 전의 세월 속으로 걸어 들어가 일일이 제자들을 따스하게 품어안아 주는 김교장의 따스한 표정은 바로 제자들의 거울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세 번씩이나 변한 30년이라는 긴 세월의 풍파를 사제지간의 정으로 이겨낸 사제들의 이날 만남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만큼 깊은 감명을 주었다.
더군다나 제자들의 너무나 인간적인 표정이 스승의 거울일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이날의 퇴임식을 지켜 본 교육계와 학부모 관계자들은 오랫동안 박수를 보내면서 사제의 정이 영원히 발전해 나가기를 응원했다.
갈수록 세상은 비인간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물신주의,변형을 거듭하면서 자본주의가 타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사제의 정 또한 기계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네 잘못은 바로 나의 잘못이기 때문에 네가 대신 선생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쳐라‘는 일화는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소중한 일화였다. 물론 사제지간의 정을 무녀뜨리는 원인제공자가 학부모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한다면 그 허물을 스승이나 제자에게만 떠 넘길 일만은 아니다.하지만 스승은 가르치는 존재이고, 제자는 배우는 존재라는 점에서 배우는 제자의 잘못된 외도는 스승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사다난한 삶의 능선을 오르내리면서도 30년 전의 담임 선생님에 대한 정을 가슴에 새기고, 40년 세월을 끝으로 교단을 떠나는 스승을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모신 금오공고 제자들의 모습은 신선하고 눈물겹기까지 한 감명의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 옛날의 스승을 지금의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그 날의 스승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날 저문 금오산을 넘어 온 초가을비가 지그시 감은 눈가를 적시고 있었다.


김경홍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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